박숙인의 시, 그리고
저녁의 우편함/ 이만섭 본문
저녁의 우편함
이만섭
기다림은 고루하다
저물녘에도 오지 않는 마차와도 같이
귓전에는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뿐
세월의 중압감을 견디면서도
촉수들은 일제히 문밖을 향하고
그 숲의 가문비나무
가슴앓이의 생채기로 나이테를 그리며
수령을 키운 그림자들
빈 둥지 같은 녹슨 철제 함에는
하마 소식이라도 당도했을까 들여다보건만
어둠보다 짙은 그늘이 차다
외롭다는 것은 누군가가 부재중이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서늘히 젖어오는
날 선 그리움
장승처럼 붙박인 너를 바라보다가
불현듯 내가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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