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인의 시, 그리고
슬픈 목각 인형 / 이만섭 본문
슬픈 목각 인형 / 이만섭
유리성 꼬까방 창 맡에
슬픈 목각 인형 하나
물끄러미 햇살을 받고 있다
창은 시야(視野) 밖에
지난 날의 푸르름을 쫓아
진초록 숲을 펼쳐 놓고
종일토록 그리움에 비틀거리게 한다
그 언제 이던가 숲을 떠나 올 제
눈이 퉁퉁 붓도록
몇 날을 울었던 기억이
야적된 산판(山坂)에는
밤이면 솟쩍새가 울고
앵초꽃은 왜 그리도 노랗게 피어
눈물로 얼룩지게 했던지
수없이 가슴을 베이고
만신창이가 된 돌아갈 수 없는
영어(囹圄)의 몸
달아진 사지(四肢)는 뼈마디로 불거져
이제는 지칠 때도 됐는데
이제는 시들해 질 때도 됐는데
돌아 누우면 따라와 함께 눕는
저 파도같은 그리움
몽롱한 시야에
풍경은 꽃잎처럼 날리고
흐르는 물에라도
추억의 안부라도 묻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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