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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목각 인형 / 이만섭 본문

[ 이만섭 시인 ]

슬픈 목각 인형 / 이만섭

박숙인 2023. 2. 3. 20:18

슬픈 목각 인형 / 이만섭

 

유리성 꼬까방 창 맡에

슬픈 목각 인형 하나

물끄러미 햇살을 받고 있다

 

창은 시야(視野) 밖에

지난 날의 푸르름을 쫓아

진초록 숲을 펼쳐 놓고

종일토록 그리움에 비틀거리게 한다

 

그 언제 이던가 숲을 떠나 올 제

눈이 퉁퉁 붓도록

몇 날을 울었던 기억이

야적된 산판(山坂)에는

밤이면 솟쩍새가 울고

앵초꽃은 왜 그리도 노랗게 피어

눈물로 얼룩지게 했던지

 

수없이 가슴을 베이고

만신창이가 된 돌아갈 수 없는

영어(囹圄)의 몸

달아진 사지(四肢)는 뼈마디로 불거져

이제는 지칠 때도 됐는데

이제는 시들해 질 때도 됐는데

돌아 누우면 따라와 함께 눕는

저 파도같은 그리움

 

몽롱한 시야에

풍경은 꽃잎처럼 날리고

흐르는 물에라도

추억의 안부라도 묻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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