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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岩 박용신 시인]

나무들의 겨울나기 /박용신

박숙인 2022. 11. 30. 14:31


나무들의 겨울나기 /박용신

이 오래된 겨울
갓 발라낸 생선가시의 생경함처럼
나뭇가지들의 오들거림이
마음까지 오그라들어 더욱 쓸쓸해지는 날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 숲 속 나무들은 어떻게
겨울을 보낼까요? 혹여 얼어 죽지는 않았을까?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씹어 보았지요.
그래도 죽지는 않았나 봅니다.
엷은 연두색 가지 속에 살포시 숨어 있던 봄이
입안 가득 풋풋한 향기를 선사합니다.

그래! 죽지 않았어.

나무들은 가을이 깊어 가기 시작하면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 "떨켜"라는 층이 생겨
잎을 속절없이 떨구어 겨울날 준비를 한데요.

그리고,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나무 표피 안에 얼음 세포가 형성되어 내성이 생기고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이 와도 이렇게 끄떡없이
겨울을 난다고 하네요.

 
그리고, 봄이 오기 시작하면 얼음 세포가 녹아
나무가 성장하는데 아주 중요한 자양분이 되고_

요즈음 누구나, 나무처럼 가슴에 얼음 응어리 하나씩 달고 살지요.
분명, 봄이 오면 그 응어리도 녹아 삶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지 않을 까요?
눈발이 살근 살근 내리는 겨울날, 나무들의 겨울 나는 지혜에서
봄을 일찍 기다려 보는 건, 너무 성급한가요.


 2014.1.7   풀잎편지-백암 박용신

                                      (Photo Healing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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