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인의 시,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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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신춘문예]

2024년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자물쇠 / 박찬희

박숙인 2024. 1. 1. 15:25

2024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자물쇠 / 박찬희

 

안거가 일이라고 단단히 가부좌를 틀어

오가는 바람도 굳어 서있다

하필이면 낭설이기 십상이기도 하고

굳이 풀어 들여다 볼 상당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잡다한 호기심만 늘어

없는 설명서를 찾아 읽는다

맹약의 해피엔딩은 녹슬고 녹아 서로에게 귀속되는 것

애지중지 닫아 걸 별 이유는 없어도

그냥 습관인 까닭에

벽을 치고 들어앉아 음과 양을 저 혼자 맺고 풀면서

맞지도 않는 열쇠를 깎는 일

어쨌든 그것도 수고라면 수고지

결속과 해지누 엎어 치나 매치나 한가지여서

틀림없는 쌍방의 일

자물쇠는 열쇠든 서로에게 맞출 수밖에

옳으니 그르니 해도 꼭 들어맞는 짝은 있게 마련인데

내가 너를 열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는 옥쇄 앞에서

밤낮 우물쭈물, 나만 속절없이 녹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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