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인의 시, 그리고
가까운 방 / 박정원 본문
가까운 방
박정원
송장 하나 밀어내놓고
축축하게 올려다보는 북한강하류
사진을 찍고 인양되기까지
까치 한 마리가
미루나무 가지가 부러지도록 울어쌓는다
경찰은 타살가능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신발을 벗고 있지 않았으므로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북한강철교에서
누군가 밀어뜨렸을 거라는 단호한 추측이
양수리주민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날이후 강가를 거닐 때마다 나는
빤히 바라만보고 있었을 강물에게 묻곤 한다
포의수(胞衣水) 같은 물속의 방으로 들기 위해
신발을 신고 간 거니 아니면
다시 돌아오기 위해 벗지 않은 거니
이 방과 저 방 사이가 한순간 거리구나
몇날며칠 되뇌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물비늘만 띄우는 강물
그 속에도 누군가의 방이 있어 잠시 머물다 간다는 듯
꽃묶음 하나 강바람에 파르르 떤다
- 시산맥 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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