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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시인 ]

가까운 방 / 박정원

박숙인 2022. 12. 4. 20:19

가까운 

 

   박정원

 

 

송장 하나 밀어내놓고

축축하게 올려다보는 북한강하류

사진을 찍고 인양되기까지

까치 한 마리가

미루나무 가지가 부러지도록 울어쌓는다

경찰은 타살가능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신발을 벗고 있지 않았으므로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북한강철교에서

누군가 밀어뜨렸을 거라는 단호한 추측이

양수리주민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날이후 강가를 거닐 때마다 나는

빤히 바라만보고 있었을 강물에게 묻곤 한다

포의수(胞衣水) 같은 물속의 방으로 들기 위해

신발을 신고 간 거니 아니면

다시 돌아오기 위해 벗지 않은 거니

이 방과 저 방 사이가 한순간 거리구나

몇날며칠 되뇌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물비늘만 띄우는 강물

그 속에도 누군가의 방이 있어 잠시 머물다 간다는 듯

꽃묶음 하나 강바람에 파르르 떤다

 

 

- 시산맥 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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