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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시 읽기]

햇빛을 보다 (외 1편) / 문효치

박숙인 2024. 3. 24. 15:41

햇빛을 보다 (외 1편)

 

   문효치

 

 

지구 변두리 어느 소수 민족

그들 축제의 제물이 된

물소의 뿔 끝에

반짝 해가 와서 내려앉는다

저 햇빛의 황홀

뿔의 밑동으로 정액처럼 흘러내리는 햇빛

죽음의 뿔 위에서

신은 지금 교접 중이다

그동안 신은 외로웠나 보다

바람은 풀숲에 들어 잠자고 있는데

지금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줄 4

 

 

 

비틀거리다 넘어진다

줄에 걸린 것이다

 

세상에 널려 있는 줄

눈을 크게 뜨고 건너뛰어야 ᄒᆞᆫ다

 

줄은 촘촘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바람 같은 건 거침없이 빠져나간다

 

그렇다

정신 바짝 차리고 바람이 되어야 한다

바람은 넘어지지 않는다

 

 

             —시집 헤이막걸리』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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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시집 계백의 칼』 『어이할까』 『바위 가라사대』 등 16계간 미네르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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