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인의 시, 그리고
햇빛을 보다 (외 1편) / 문효치 본문
햇빛을 보다 (외 1편)
문효치
지구 변두리 어느 소수 민족
그들 축제의 제물이 된
물소의 뿔 끝에
반짝 해가 와서 내려앉는다
저 햇빛의 황홀
뿔의 밑동으로 정액처럼 흘러내리는 햇빛
죽음의 뿔 위에서
신은 지금 교접 중이다
그동안 신은 외로웠나 보다
바람은 풀숲에 들어 잠자고 있는데
지금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줄 4
비틀거리다 넘어진다
줄에 걸린 것이다
세상에 널려 있는 줄
눈을 크게 뜨고 건너뛰어야 ᄒᆞᆫ다
줄은 촘촘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바람 같은 건 거침없이 빠져나간다
그렇다
정신 바짝 차리고 바람이 되어야 한다
바람은 넘어지지 않는다
—시집 『헤이, 막걸리』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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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계백의 칼』 『어이할까』 『바위 가라사대』 등 16권. 계간 《미네르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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