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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인의 시, 그리고
문성해의 「초록의 사용법」 감상 / 박소란초록의 사용법 문성해 새들에겐분방한 회전문 연인들에겐풀물 밴 사랑의 침대 나무에겐청춘의 부싯돌 무덤에겐통풍 좋은 이불 나는 이것을음표로 빚네 동글동글일 년을 복용할환으로 만드네............................................................................................................................... 초록이 지천이다. 도시의 좁은 골목에서도 제법 우거진 초록을 본다. 그곳을 분방하게 드나드는 이름 모를 새들을 만날 때도 있다. 장마가 시작되고 곧 요란한 비가 몰려오면 초록은 잠시 숨을 고르며 상념에 잠길 것이다. 비를 머금은 초록이 그려낼 어떤 음표를 나..
박노해의 「평화 나누기」 감상 / 신정민 평화 나누기 박노해(1958~) 일상에서 작은 폭력을 거부하며 사는 것세상과 타인을 비판하듯 내 안을 잘 들여다보는 것현실에 발을 굳게 딛고 마음의 평화를 키우는 것경쟁하지 말고 각자 다른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일을 더 잘 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좀 더 친절하고 더 잘 나누며 예의를 지키는 것전쟁의 세상에 살지만 전쟁이 내 안에 살지 않는 것총과 폭탄 앞에서도 온유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폭력 앞에 비폭력으로, 그러나 끝까지 저항하는 것전쟁을 반대하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따뜻이 평화의 씨앗을 눈물로 심어 가는 것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010....................................
박완호의 「나무의 발성법」감상 / 최형심 나무의 발성법 박완호 씨앗이라고, 조그맣게 입을 오므리고뿌리 쪽으로 가는 숨통을 가만히 연다.새순이라고 줄기라고 천천히좁은 구멍으로 숨을 불어 넣는다.길어지는 팔다리를 쭉쭉 내뻗으며돋아나는 가지들을 허공 쪽으로흔들어 본다. 흐릿해지는 하늘 빈자리연두에서 초록으로 난 길을 트이며이파리가 돋고 꽃송이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순간을 위해아직은 나비와 새들을 불러들이지 않기로 한다.다람쥐가 어깨를 밟고 가는 것도몰래 뱃속에 숨겨둔 도토리 개수가몇 개인지 모르는 척 넘어가기로 한다.하늘의 빈틈이 다 메워질 때쯤무성한 가지들을 잘라내고 더는빈 곳을 채워 나갈 의미를 찾지 못할 만큼한 생애가 무르익었을 무렵가지를 줄기를 밑동까지를 하나씩 비워가며기둥을 세우고 집을 만들..
이가림의 「붉은 악보」 감상 / 이설야 붉은 악보 이가림(1943~2015) 오늘은 7월 14일불란서 혁명 기념일 그래서 그런지담장의 장미꽃들이오선지 위의 붉은 음표처럼피의 폭죽을펑, 펑, 터뜨리고 있다 저 불순한 것들이어정쩡히 살아온 나를박열朴烈* 같은 젊은 아나키스트로잘 못 본 것일까 오늘 밤만은장렬한 불꽃 축제에주저 없이 가담하여함께폭죽을 쏘아 올리자고자꾸만 손짓한다 ⸺⸺⸺⸺⸺⸺⸺⸺*1923년 일본 왕자 암살계획 사건으로 22년 2개월간 옥중에서 보낸 무정부주의적 혁명가.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 한국명 (金文子)와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음. ―유고 시집 『잊혀질 권리』 2018.7.................................................
최문자의 「얼굴」 감상 / 김병호 얼굴 최문자 감정적으로그 얼굴이 좋았다나는 몇 살 때 그 얼굴을 버렸을까? 걸어가다간혹주머니에 가득 얼굴을 채우고속아 달라고 청했을 때얼굴은도망갔고도망갔다다른 얼굴 밑창으로 얼굴이 없어서나는 무엇을 파묻고 울어야 하나 나는 몇 살 때그 얼굴을 버렸을까간혹버린 것이 녹으면 내가 되었다 슬픈 날은 얼굴 없이 다녔다 몇 마리의 새들이 날아가면서 울었다허공에 얼굴을 파묻고 고통을 버리러 가는 새들 그 얼굴이 좋았다 .............................................................................................................. 무료함을 달래려 핸드폰의 앨범을 들여다보았다. 이름도 ..
박기섭의 「봄눈」 감상 / 최형심 봄눈 박기섭 나의 어린 신부는 흰 나귀를 타고 갔다 탱자나무 울을 지나 흙먼지 에움길을 툭 터진 괴춤 사이로 마른 뼈가 드러났다 젖은 손수건이 첨탑 위에 떨어졌다 눈물이 마르면서 다시 낯선 밤이 오고 혼자서 서녘의 불빛을 느루 셀 듯싶었다 나의 무지 끝에서 너는 늘 반짝였거늘 어찌 몰랐을까 쉰 해가 저물도록 다 못간 세상의 저녁에 너는 왔다, 봄눈처럼 ................................................................................................................................ 화자는 오래전 자신을 떠나간 순수하고 찬란했던 사랑의 기억을 불러냅니다. 언제..